우리는 지금 ‘여성주의 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여성주의 정당 F! 유럽의회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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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6,828회 작성일 14-06-11 10:30본문
“우리는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스웨덴 여성주의 정당(Feministiskt initiativ, F!)의 소라야 포스트가 한 말이다. 2014년 5월 25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여성주의 정당은 5.6%의 득표율을 얻었고, 이에 따라 비례대표 1순위 후보인 그녀가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2009년 선거 득표율은 2.2%였고, 의회 진출의 최소 요건은 4%다). 여성주의를 정면으로 내건 정당과 그 정치인의 유럽의회 진출. 말 그대로 새로운 역사다.
그런데 이 역사의 가능성은 4월 말까지만 해도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지도와 당원 및 지지자들의 열성적인 활동이 선거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었다.
또한 원외 정당으로서는 최고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과 다른 정당들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는 <유거브>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5월부터 여성주의 정당의 기록을 원내 정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별도로 다루기 시작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전까지는 ‘기타 정당들’이라는 이름 아래 결과가 발표되었다.)
유럽의회 의원이 된 ‘집시’ 출신의 소라야 포스트
그런 상황에서 유럽의회 선거를 이틀 앞두고 아주 고무적인 여론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시포>의 조사에서는 4.3%, <입소스>의 조사에서는 4.5%, <노부스>의 조사에서는 5.4%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세 번째 기관의 경우, 바로 얼마 전인 5월 12일에 발표됐던 2.5%에서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었다.) 여성주의 정당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굉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여성주의 정당은 2010년 지역의회에서 의석을 확보한 것에 이어, 2014년 유럽의회 진출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
당선된 소라야 포스트(Soraya Post, 57세)의 배경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집시’라고 불리는 이른바 유목민족 출신이며, 인권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다. 현지 언론 <다겐스 뉘헤터>(Dagens Nyheter)가 5월 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여성주의 정당은 작년 11월에 그녀를 영입했으며 올해 2월 유럽의원 후보 1순위로 선출되었다. 유목민족 출신의 인물이 1순위가 된 것은 스웨덴 정당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선거운동 기간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웨덴과 유럽에서 힘을 얻고 있는 ‘인종주의’에 대해 많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소라야 포스트의 연설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특히 이 말이 인상적이었다.
“오직 하나의 인종만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오직 하나의 종교만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사실 스웨덴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극우주의, 인종주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의 성장세다. 스웨덴민주당은 9.7%의 득표율을 보였는데, 지난 2009년 선거의 3.3%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751명의 의원이 활동하는 유럽의회에서 스웨덴의 의석은 20석인데, 이번 선거를 통해 스웨덴민주당은 2석을 확보하게 됐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또한 이는 다른 유럽 지역의 선거 결과와도 흐름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는 극우정당들이 1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스웨덴 여성주의 정당의 유럽의회 진출 소식이 더욱 반갑고 소중히 다가온다.
한편 <스웨덴 공영텔레비전>은 5월 25일 저녁 9시에 출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스웨덴민주당과 여성주의 정당이 똑같이 7%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와는 3%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다겐스 뉘헤터>는 스웨덴민주당 지지자들이 당의 성격상 자신들의 성향을 밝히기를 꺼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인용·보도했다.
선거 당일 소라야 포스트 등과 함께 스톡홀름에 있었다고 밝힌 여성주의 정당의 한 열성 당원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정말 좋았어요. 와, 스웨덴민주당을 따라잡은 거나 마찬가지다!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스웨덴민주당의 득표율이 더 높게 나오고, 여성주의 정당의 경우는 더 낮게 나와 어깨가 축늘어졌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봄’ 9월 스웨덴 총선을 전망한다
이제 9월에 있을 스웨덴 총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더욱 기대된다. 지금 분위기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건대, 올 가을 여성주의 정당의 중앙의회 진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성공이 인지도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예정이고, 아울러 여성주의 정당의 더욱 활발한 선거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3월 말을 기준 7천명 정도였던 당원은 지금 1만 5천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유럽의회 선거 전에 실시된 모의선거 성격의 이른바 ‘학교선거’(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에서 여성주의 정당은 9.9%로 전체 4위를 차지했으며, 몇몇 학교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침 현지 언론 <메트로>는 5월 28일자 기사에서, 여성주의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중앙의회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학자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우리는 지금 ‘여성주의 봄’(den feministiska våren)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여성주의 정당의 대표 주자인 구드룬 휘만이 5월 1일 노동자의 날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여성주의 봄’이 유럽의회에 이어 스웨덴 중앙의회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강성주
스웨덴 여성주의 정당(Feministiskt initiativ, F!)의 소라야 포스트가 한 말이다. 2014년 5월 25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여성주의 정당은 5.6%의 득표율을 얻었고, 이에 따라 비례대표 1순위 후보인 그녀가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2009년 선거 득표율은 2.2%였고, 의회 진출의 최소 요건은 4%다). 여성주의를 정면으로 내건 정당과 그 정치인의 유럽의회 진출. 말 그대로 새로운 역사다.
그런데 이 역사의 가능성은 4월 말까지만 해도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지도와 당원 및 지지자들의 열성적인 활동이 선거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었다.
또한 원외 정당으로서는 최고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과 다른 정당들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는 <유거브>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5월부터 여성주의 정당의 기록을 원내 정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별도로 다루기 시작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전까지는 ‘기타 정당들’이라는 이름 아래 결과가 발표되었다.)
유럽의회 의원이 된 ‘집시’ 출신의 소라야 포스트
그런 상황에서 유럽의회 선거를 이틀 앞두고 아주 고무적인 여론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시포>의 조사에서는 4.3%, <입소스>의 조사에서는 4.5%, <노부스>의 조사에서는 5.4%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세 번째 기관의 경우, 바로 얼마 전인 5월 12일에 발표됐던 2.5%에서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었다.) 여성주의 정당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굉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여성주의 정당은 2010년 지역의회에서 의석을 확보한 것에 이어, 2014년 유럽의회 진출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
당선된 소라야 포스트(Soraya Post, 57세)의 배경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집시’라고 불리는 이른바 유목민족 출신이며, 인권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다. 현지 언론 <다겐스 뉘헤터>(Dagens Nyheter)가 5월 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여성주의 정당은 작년 11월에 그녀를 영입했으며 올해 2월 유럽의원 후보 1순위로 선출되었다. 유목민족 출신의 인물이 1순위가 된 것은 스웨덴 정당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선거운동 기간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웨덴과 유럽에서 힘을 얻고 있는 ‘인종주의’에 대해 많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소라야 포스트의 연설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특히 이 말이 인상적이었다.
“오직 하나의 인종만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오직 하나의 종교만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사실 스웨덴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극우주의, 인종주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의 성장세다. 스웨덴민주당은 9.7%의 득표율을 보였는데, 지난 2009년 선거의 3.3%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751명의 의원이 활동하는 유럽의회에서 스웨덴의 의석은 20석인데, 이번 선거를 통해 스웨덴민주당은 2석을 확보하게 됐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또한 이는 다른 유럽 지역의 선거 결과와도 흐름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는 극우정당들이 1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스웨덴 여성주의 정당의 유럽의회 진출 소식이 더욱 반갑고 소중히 다가온다.
한편 <스웨덴 공영텔레비전>은 5월 25일 저녁 9시에 출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스웨덴민주당과 여성주의 정당이 똑같이 7%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와는 3%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다겐스 뉘헤터>는 스웨덴민주당 지지자들이 당의 성격상 자신들의 성향을 밝히기를 꺼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인용·보도했다.
선거 당일 소라야 포스트 등과 함께 스톡홀름에 있었다고 밝힌 여성주의 정당의 한 열성 당원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정말 좋았어요. 와, 스웨덴민주당을 따라잡은 거나 마찬가지다!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스웨덴민주당의 득표율이 더 높게 나오고, 여성주의 정당의 경우는 더 낮게 나와 어깨가 축늘어졌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봄’ 9월 스웨덴 총선을 전망한다
이제 9월에 있을 스웨덴 총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더욱 기대된다. 지금 분위기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건대, 올 가을 여성주의 정당의 중앙의회 진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성공이 인지도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예정이고, 아울러 여성주의 정당의 더욱 활발한 선거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3월 말을 기준 7천명 정도였던 당원은 지금 1만 5천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유럽의회 선거 전에 실시된 모의선거 성격의 이른바 ‘학교선거’(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에서 여성주의 정당은 9.9%로 전체 4위를 차지했으며, 몇몇 학교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침 현지 언론 <메트로>는 5월 28일자 기사에서, 여성주의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중앙의회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학자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우리는 지금 ‘여성주의 봄’(den feministiska våren)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여성주의 정당의 대표 주자인 구드룬 휘만이 5월 1일 노동자의 날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여성주의 봄’이 유럽의회에 이어 스웨덴 중앙의회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강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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