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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전 노숙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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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2,896회 작성일 13-12-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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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전 노숙인 선언

(2013년, 대전 노숙인 추모제 선언문)

 

천덕꾸러기로 살아가는 사람들, 게을러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 주정뱅이, 남의 등이나 치는 사람들, 지저분한 사람들, 건강한 사회를 좀 먹는 사람들, 그래서 뭔가 고쳐야 하고 변화되어야 하는 사람들, 그러기에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은 사람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들의 책임으로 돌리면 그만인 사람들, 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이란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다. 다행히 2012년 노숙인 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숙인도 국가의 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사회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나 우리나 다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엄밀히 따져보면 그들이나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이 있다면 남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경력, 지식, 사회적 지위 등이 있고, 무언가 조금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노숙인들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방법이 없어 한잔 술로 쓰린 가슴을 달래다보니 알코올 중독이 되어버렸다. 노숙의 굴레에서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방법이 없어 그저 한 잔의 술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에게 왜 매일같이 술만 먹느냐는 질책은 다리를 저는 사람에게 왜 빨리 뛰지 못하느냐는 질책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태어나면서 노숙인으로 운명 지워진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라 힘겨운 노숙생활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더구나 없다. 노숙생활은 언젠가는 끝내야 할 생활이며,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2013년 노숙인 추모제를 통해 노숙인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야 하는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천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우리도 똑같은 시민입니다.

노숙인들을 향한 사회적 억압은 줄어들기 보다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노숙인을 잠재적 범죄자, 사회의 일탈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숙인에 대한 편견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2011년 서울역 강제퇴거로 촉발된 노숙인에 대한 형벌화 조치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력범죄가 발생하기만 하면 가장 먼저 노숙인 관련 기관이나 노숙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쪽방을 탐문하거나 몽타주를 들고 와서는 혹시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느냐는 것은 다반사이고, 경찰의 불신검문 등은 무작정 성명과 주민번호를 대라며 거의 범죄자 최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8월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은 공공장소에서의 생계유지 행위를 제한하는 법이나 규제, 관행 등은 빈곤의 형벌화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생계를 위한 노점을 단속하는 것도 빈곤의 형벌화 조치라고 유엔 인권위에서는 말하는데 노숙인을 당연한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형벌화를 넘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숙인도 대한민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 엄연한 국민이다.

 

명의도용 예방 및 근절대책 마련

거리 노숙인들 대부분은 조직화된 범죄 집단에 의해 명의도용 피해를 당하고 있다. 명의도용 피해에 대한 2013년 홈리스행동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역 노숙인 중 하루 평균 3건의 명의도용 피해를 입고 입었으며, 명의도용 피해 해결에 있어서는 공적인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의도용 피해는 아직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 있는 노숙인에게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하여 영원히 다시 일어설 수 없도록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에 정부는 명의도용 피해자의 구제책 마련과 함께 명의도용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숙인 의료체계 개선

2012년 노숙인 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숙인 의료체계는 기존 의료급여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노숙인이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려면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자활시설 입소자 중 ‘노숙인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규정에 따른 노숙인 해당 기간이 3개월 이상 유지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으로서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해 의료서비스(진찰, 검사, 치료 등)가 필요한 사람,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6개월 이상 체납된 사람, 소득 인정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최정생계비(1인 가구, 572,168원)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숙인은 상당기간 빈곤층으로 있다가 갑작스런 외부적 충격에 의해 노숙상태로 전락한다. 빈곤상태에서 자신의 건강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지불했다면 노숙인이 된 다음부터 3개월은 기다려야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자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질병으로 인해 노숙상태로 접어드는 사람도 노숙인 관련기관에서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질병은 장기간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노숙인은 정기검진이나 건강관리를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자의 기준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복지부는 노숙인 의료급여 선정기준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병의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병의원에서만 치료를 받아야 노숙인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회의 균등,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심각한 인권침해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숙인 진료기관 당연 지정제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진료소 지원 확대

노숙인 진료기관 지정 및 의료급여 대상자 선정이 까다로우므로 상당수 노숙인은 노숙인 의료급여를 포기하거나 의료급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부 자료에서는 노숙인 의료급여가 전체 노숙인 중 10% 정도밖에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므로 노숙인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장 진료소의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다행히 대전은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나름대로 대책은 강구하고 있지만 현재의 수준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현장진료소의 지원을 대폭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주거지원 대책 확대

노숙인에 대한 주거지원 대책은 일시보호시설, 임시주거지원,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시보호시설은 응급 구호적 성격에만 치우쳐 있어 거리 노숙인의 숫자에 대한 착시효과만을 만들뿐이다. 또한 임시주거지원은 물량의 부족과 사례관리의 부재 등으로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은 전달체계의 문제, 공급물량의 부족 등으로 여전히 노숙인 주거 지원정책으로는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 물량 중 노숙인에게 지원되는 물량을 확대해야 할 것이며 대상자 선정 과정도 일원화하여야 할 것이다.

 

노숙인 급식시설 마련

노숙인 복지법에는 거리 노숙인을 위한 급식시설을 지정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급식시설 지정 운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 대전의 경우는 대전역 거리급식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대전역 인근에 집단급식소를 마련하려고 하지만 예산의 부족, 코레일의 비협조로 아직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이에 집단 급식소 마련을 위한 예산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2013년 12월 동짓날에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