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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말에 힘을 얻었다> 노래로 연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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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1,497회 작성일 21-02-26 11:53

본문

노래로 연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

책 <두개의 목소리> 

 

 

이 노래를 만들게 된 이유가 뭐냐면, 제 친구가 저를 만나러 오는 길에 지하철 같은 칸에서 엄청 시끄러운 아저씨들을 만났대요. 그래서 그때 제 친구가 가서 조용히 해달라고 했대요. 그리고 하차를 했는데, 그 아저씨들도 같은 역에서 내렸던 거예요. 제 친구는 혼자서 걸어가고 있는데, 그 아저씨들이 제 친구 얼굴을 힐끔 힐끔 하면서 쳐다보면서 지나갔다고. 그거 뭔지 아시죠? 그 얘기 듣고 저는 술자리에서 펑펑 울었어요. 그리고 이 노래를 만들게 됐어요.

 

곧이어 신승은 님은 잘못된 걸 잘못됐다는 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의 얘기, 노래를 들으면서 울었다. 잘못됐다고 느낀 걸 잘못됐다고 말해놓고서, 내가 혹시 멋있는 척하려고 했던 말이었을까, 아니면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그냥 트라우마였을까 걱정했고 내가 드러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 울었다.

 

공연의 여운을 지니며 출근한 527. 대전여민회 회원소모임 <방구석뮤직>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우리 첫 모임인 만큼,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여성뮤지션의 노래 하나씩 준비해오기로 해요.” <방구석뮤직> 단체카톡방에는 이런 공지가 떠 있었다무슨 노래가 날 나타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내가 가장 빠져있는 노래에 대해 말하기로 했다.

사회적인 의미를 굳이...설명하자면....‘잘못된 것이 무언지 생각하기까지,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기까지는 어쩌면 되게 어려운 과정인 거잖아요. TV 속 지식인들은 정말 단순명료하고 멋지게 말하겠지만 우리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기까지 단순한 과정은 아니니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노래가 왜 좋은 노래인지 사람들에게 설득해야 할 것 같았다. 사실은 내가 드러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재빨리 신승은 님의 노래를 틀었다.

 

신승은 님의 목소리와 가사를 들은 어떤 이는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가사 중에 최루액을 맞을까봐라는 부분에서 제 경험이 떠올랐어요. 청와대 거의 앞까지 행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엄청 큰 경찰차 행렬이 저희 앞을 빙 둘러싸는 거예요. 그때 순간적으로 경찰한테 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정말 무서운데, 겉으로는 화내고..”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나도 말할 힘을 얻었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결국에는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하게 되는 문장인 것 같아요.” 내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다. 한인게스트하우스에서 한 중년남성에게 대화를 독점하는 그의 행동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가, 그와 시비가 붙었던 경험. 그 앞에선 태연한 척했지만 맞을까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나에게 해코지할까봐 두려워했던 경험에 대해서.

 

​경험을 토로하고, 이후 우린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계속해서 대화를 이었다.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괜한 미움을 사면 어떡하지. 주먹으로 맞으면 어떡하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단어로 날 부르면 어떡하지.'

 

신승은 님의 노래가 길고 깊은 여운을 준 날도, <방구석뮤직> 모임에서 우리의 경험을 토로한 날도, 돌이켜보면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 나 이상한 사람 아니구나그런 생각을 가져다줬다. 거창하게도 말해보면 연결감이었다.

 

 

우리는 노래한다. 그리고 여성을 이야기한다. 어떤 음악가에겐 두 개의 목소리가 있다.

- <두개의 목소리> 들어가는 말 中

 

 

<두개의 목소리>는 여성들이 어떻게, 노래를 통해 세상과의 연결을 만들고 있는지 담아내고 있다. 여성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여성 인터뷰어가 페미니스트 뮤지션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이다. 책의 저자 이민희 대표(출판사 산디)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인용해 페미니스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스트는 자신의 삶에 관한 진실을 말하는 모든 여성이다.”

 

 

-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