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백래시대응네트워크 ‘팀해일’ : 혐오는 정치적 전략이 아니다. - 이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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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1,287회 작성일 21-09-01 17:44본문
아침마다 SNS, 포털에서 어렵지 않게 여성혐오 표현을 본다. 여성대상 범죄 보도도 매일 올라온다. 혐오차별 표현과 젠더폭력은 다른 사안이 아니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여자가 말이야…‘라는 식의 여성에 대한 비하나 부정적 편견은 misoginy나 hate speech로 나타나고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혐오범죄로 이어진다. 그러니 어떤 여성비하 발언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혐오표현 경험 조사 보고서’(2019,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20-30대 남녀가 뽑은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기 쉬운 집단’으로 ‘여성’과 ‘페미니스트’가 뽑혔다. 최근 양궁선수 ‘안산’에게 쏟아진 혐오차별 표현이 대표적 사례다. 혐오주의자들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3관왕의 국가대표에게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페미니스트’라 규정하고 그러니 비난한다는 식의 의식의 흐름으로 짖어 댔다. ‘여성혐오, 왜 이렇게 쉽게 이뤄지는 걸까?’
인터넷으로 옮아가는 혐오표현
혐오표현 하는 자들은 이 말이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익명성에 숨어 공해를 생산한다. 앞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학교선배나 직장 상사, 임원 등 권력자들이 자유롭게 혐오표현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점점 온라인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능력,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다.
왜곡과 부정으로 만들어진 혐오차별을 정치권이 승인하는 이상한 형국
‘여성정책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여성혐오를 조장한다’고 하지만 최근 정치인들의 페미니즘 발언들을 보면 무지인가 무시인지 오락가락한다. 그들은 차별주의자와 같이 [젠더 격차 데이터]를 믿지 않는 걸까? 여성들이 제도에 편승해 공정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 거나 자기 이익만을 취한다고 매도하는 것은 현실에 눈을 감은 처사다. 힘든 자신의 처지를 봐 달라는 투정인가. 특히 ‘공공 선’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으로써 차별주의자들의 주장을 이슈로 끌어 올려 확산하는 것은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에 부응하는 것으로 해악이다.
‘젠더갈등’이 아니라 성차별, 여성혐오
여성혐오가 남성들의 기본적 정서인양 가짜뉴스를 만들고 혐오를 선동하며 돈벌이 하는 집단들이 ‘젠더갈등’을 부추긴다. 이들 이슈의 근거는 허약하고 자기주장만 있다. 이들은 합리적으로 이슈를 설명하지 않고 페미니스트 시위현장에 나타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개인을 공격하거나 디지털 스토킹을 일 삼으며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는 집단 댓글로 공격하는 등 마치 테러리스트와 같이 행동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젠더갈등’은 ‘너도 나와 똑같이 해봐’라는 식이거나 ‘남자=여자’라는 평등담론의 전유로 만들어낸 일방적인 갈등 프레임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차별에 대한 ‘상대적 평등’,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헌재의 결정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젠더갈등’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차별, 혐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백래시에 대응하는 [팀해일] ‘혐오는 정치적 전략이 될 수 없다’
수전 팔루디(1991)는 ‘백래시’가 사회·정치적 변화로 영향력이나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반격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이뤄졌던 80년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사회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으며 심지어 ‘위험한 정사’(1987)와 ‘미저리’(1990)와 같은 영화도 그 일환이라고 평했다. 페미니즘의 역사가 깊은 미국사회에서 2000년대가 넘어서야 ‘미투 운동’이 일었던 것을 생각하면 백래시는 여전하고 영향력도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 여성혐오가 마치 자신의 ‘정체성’인양 ‘표현의 자유’라고 떠들어대는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여성들의 주장이 페미니즘이다. 최근 백래시에 대응하기 위한 네트워크 [팀해일]의 슬로건 ‘혐오는 정치적 전략이 아니다’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