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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제정 15년, 우리의 언어가 세상을 새롭게 지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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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1,498회 작성일 19-09-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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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기억 투쟁’을 생각한다.
매년 돌아오는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9월.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9월이 되면 우리는 토론회나 캠페인, 집회 등을 통해 지금의 성매매 현실이 어떠한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더 집중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우리의 기억과 투쟁.
여성착취로 이루어진 성매매역사와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과 억울함을 잊지 않고,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 자체가 투쟁인 우리의 활동을 생각해 본다.
우리가 기억과의 투쟁을 하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성착취현실을 삭제하고 싶어 하거나 또는 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성매매가 지속되기를 바라고 오히려 합법화하여 정상화하기를 주장한다. 우리는 이에 맞서 매매가 아니라 성착취임을, 여성상품화와 여성거래,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과 혐오는 한통속이며 이 문제들의 핵심이 성산업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9월 성매매방지법 제정일 즈음에 우리가 꼭 참여하는 행사로 민들레순례단이 있다. 2002년 군산화재참사로 사망하신 여성들 중 연고자가 없는 두분을 지역활동가들이 군산인근 납골당에 안치하고 매년 추모하다가 이를 확대하여 2006년부터 전국의 반성매매활동가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민들레순례단은 해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납골당에 모여 추모제를 지내고, 집단참사가 있었던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건물에 찾아가 화재당시의 비화를 듣고 추모공연과 행사를 하거나, 군산 시내를 행진하며 집회를 하고, 화재당시의 유품들과 사진들과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하여 전시하고, 때로는 전국의 활동가들이 전국각지의 성매매집결지를 돌면서 릴레이 캠페인을 하기도 하였다. 때로는 유형을 달리하며 여전히 이어지는 성매매여성들의 죽음과 피해현장으로 달려가 업소 앞에서 알선구매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기도 하였다.
2015년부터는 화재참사가 있었던 9월19일부터 일주일간을 성매매추방주간으로 법제화해 다양한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들의 죽음과 성착취현장을 보고, 이야기하고, 추모하고 기록하고 있다. 민들레순례단은 매년 여성들의 죽음을 가슴 아프게 직면하면서 억울한 죽음들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잘 활동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연대하는 많은 여성들과 함께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받는 에너지 넘치는 시간이다. 

2019년 9월의 민들레순례단은 광화문에서 10차례에 걸쳐 이어진 페미시국집회의 일환으로 ‘대한민국은 거대한 룸싸롱인가. 성착취카르텔 박살내자’의 타이틀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였다. 2018년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미투혁명의 한가운데에서도 성매매여성의 일상적인 폭력과 착취를 전면에서 말할 수 없었던 우리의 울분을 함께 토해내는 격정의 시간이었다.


최근 우리 티움은 대전지역 안에서 반성매매운동을 시작했던 선배세대와 후배활동가, 지역의 영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지역의 반성매매운동에 관한 책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활동의 시간들을 되돌려 기억을 되살려내고, 의미를 찾아내가며 함께 만들었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 되기를 설레이며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백서형식으로 지역의 반성매매운동사를 묶어보려고 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이어진다. 우리는 가부장적 국가폭력과 남성폭력으로 쌓아올린 성착취의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죽음을, 고통과 슬픔을 수없이 보아왔다. 우리는 이를 차곡차곡 기억하고 기록해서 미래로 이어갈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말들은 언어가 되고, 이는 새로운 역사로 변화되는 세상을 지어나갈 것이다.

“성평등세상에 성매매는 없다.”
“성매매가 아니다. 성착취가 있을 뿐!”
“성매매여성 비범죄화, 성구매·알선자 강력처벌!”
“성착취 카르텔 박살내자!”

손정아 [여성인권티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