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vs 이국주, 우리가 스타의 '몸'을 소비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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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7,388회 작성일 14-08-11 15:10본문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개그우먼 이국주가 지난 9일 tvN 'SNL코리아'에서 현아의 '빨개요'를 패러디하며 오프닝을 연 장면은 의미심장했다.
현재 연예계서 자신의 '몸'을 주요 무기(?)로 양극단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이국주와 현아의 콘텐츠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우리가 스타의 몸을 소비하는 방식이 그 대상에 따라 얼마나 다르면서도 일맥상통한지 확연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국주가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빨개요'에 맞춰 섹시한 춤을 추는 모습은 왜 시청자에게 웃음을 유발했을까. 같은 춤 동작인데 그 완성도가 현아의 그것과 너무 달라서일 수도 있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체중 여성의 몸매 자체가 충격적이어서일 수도 있다. 혹은 현아를 비롯한 마른 여성에게만 '허용'되던 섹시한 무대를 과감하게 해내는 이국주의 모습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어찌됐든 그 밑바탕에는 과체중 여성의 섹시한 무대는 낯설거나/웃기거나/통념을 깨는 것이라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이국주의 출현이 아주 신선한 것은 아니다. 뚱뚱한(!) 개그우먼의 인기는 그 대상만 달리했을 뿐, 오랜 세월 이어져왔다. 이영자가 그랬고, 김현숙이 그랬고, 김신영이 그랬고, 지금의 이국주가 그렇다. 이들은 삐쩍 마른 여성 연예인들의 몸과 자신의 몸을 비교해 웃음을 유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주요 무기로 식탐을 이용하고, 예쁜 '것'들 때문에 차별받는 자신의 신세를 자학하면서 공감도 산다.
남들이 웃든 말든 자신의 몸매에 당당하다는 점에서 이들 개그우먼의 활약은 반갑다. 풀로만 이뤄진 걸그룹 식단을 보며 지난밤의 야식을 반성했던 우리는 '오른 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는' 이국주의 식탐송에 구원을 받는듯도 하다. 과체중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마르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좀 더 당당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과체중을 전면에 내세운 개그우먼들은 이 시대의 계몽주의자 같기도 하다.
그러나 뚱뚱한 개그우먼의 계보가 굳건히 이어지고 있는 건, 그리고 이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이 여전히 비슷하다는 건, 우리에게 몸매 선입견이 얼마나 굳건한지, 그리고 여전한지 보여주는 방증이기 하다. 이영자가 '살아, 살아, 내 살들아'를 외친 1990년대나, 이국주가 현아를 따라하며 '빨개요'를 부르는 지금이나, 뚱뚱한 여성이 자신있게 자신의 몸과 살을 긍정하는 것은 '웃음'을 자아낸다는 공식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좀 슬픈 일이다.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현아를 보자. 과체중의 여성이 당당한 게 '웃기다'고 인정되는 동안, '섹시한' 여자에게는 좀 더 나은 세상이 펼쳐졌을까.
현아는 자신의 섹시한 몸과 매력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가수 중 한명이다. '빨개요'에도 '웬만한 애들보다 잘빠진 몸매는 내게 풀 옵션'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다른 여성 연예인들이 자신의 섹스 어필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다면, 현아는 오히려 이를 무한긍정하며 자신의 최고 무기로 삼는다.
'이렇게 하면 섹시한가요?'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다른 가수와 달리, 그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탁 까놓고 보여주고는 이를 굉장히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일반 여성들에게 이국주의 그것처럼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뚱뚱한 여성이 '의외로' 당당해서 통쾌하듯, 섹시한 여자가 억지로 조신한 척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왜 이 매력을 숨겨야돼?'라고 되묻는 모습은 상당한 해방감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현아는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성적 매력을 내세우는 여성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히 강력하다. 뚱뚱한 개그우먼의 계보처럼, 이들 섹시 여가수에 대한 선입견 역시 1990년대나 다를 게 없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쏟아지는 반응들은, 이들 섹시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즐기는 여성에 대한 잣대가 얼마나 가혹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성의 성적 매력은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 따라서 (보수적인) 남성이 원하는 그 이상의 수위를 소화하는 건 아무 쓸모 없다는 평가. 가수의 주위 사람까지 걱정해주는 오지랖까지. 실로 답답한 반응이 쏟아진다.
바나나 및 특정 포즈 등 남자들끼리만 실로 사랑해마지 않던 여러 성적 장치들을 다름 아닌 현아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재현하는 데서 오는 당혹감도 포착된다. 인기 래퍼 개리나 산이의 19금 뮤직비디오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여성모델들이 오로지 남성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핥고 침대에 뒹굴었던 건 괜찮았지만, 여성이 '주체'이자 '주인공'이 돼서 섹시함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는 현아의 뮤직비디오는 매우 강력한 '우려'를 유발하는 것이다. 현아의 춤은 모두 남성들의 눈요기만을 위한 것이라 폄하하고, 이렇게 '직접적'인 건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조언도 잇따른다. 이는 여성이 남성의 취향과 별개로 스스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한 논점이다.
그리고 솔직히 따지고보면, 남자만을 위해 노골적으로 전략을 짠 건 오히려, 20대 '과년한' 여성들이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노래하는 것 아닌가.
'빨개요' 가사가 '현아는 맛있어'를 연상케 한다고 꾸짖는 반응에선, 뒷담화로만 기능하던 남자들끼리의 표현을 '어떻게 감히' 여자가 오히려 대놓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느냐는 속뜻도 읽힌다. 비하하는 표현이었음을 인정하는 화끈거림일 수도 있고, 남자들'만'의 담론에 너무 쿨하게 반응한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방어태세일 수도 있다. 현아가 의도했든 아니든, 아주 민감한 어떤 지점을 건드린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치면 또 일부 개그우먼이나 중년 출연자들의 과감한 성적 유머 및 표현에는 아주 관대한 것도 이상하다. 여성의 성적 표현을 이성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예쁘고 섹시한 여자만큼은 여전히 자신들의 틀에 가두고 싶은 심리일까?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의 표현에는 아예 별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이국주와 현아의 전성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제2의 이국주와 제2의 현아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웃기긴 하지만 '망가질 것'을 전제로 깔아야 하는 뚱뚱한 개그우먼과 야하긴 하지만 남성들의 영역까진 침범하지 않는 조신한 섹시가수의 딜레마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rinny@osen.co.kr
현재 연예계서 자신의 '몸'을 주요 무기(?)로 양극단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이국주와 현아의 콘텐츠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우리가 스타의 몸을 소비하는 방식이 그 대상에 따라 얼마나 다르면서도 일맥상통한지 확연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국주가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빨개요'에 맞춰 섹시한 춤을 추는 모습은 왜 시청자에게 웃음을 유발했을까. 같은 춤 동작인데 그 완성도가 현아의 그것과 너무 달라서일 수도 있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체중 여성의 몸매 자체가 충격적이어서일 수도 있다. 혹은 현아를 비롯한 마른 여성에게만 '허용'되던 섹시한 무대를 과감하게 해내는 이국주의 모습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어찌됐든 그 밑바탕에는 과체중 여성의 섹시한 무대는 낯설거나/웃기거나/통념을 깨는 것이라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이국주의 출현이 아주 신선한 것은 아니다. 뚱뚱한(!) 개그우먼의 인기는 그 대상만 달리했을 뿐, 오랜 세월 이어져왔다. 이영자가 그랬고, 김현숙이 그랬고, 김신영이 그랬고, 지금의 이국주가 그렇다. 이들은 삐쩍 마른 여성 연예인들의 몸과 자신의 몸을 비교해 웃음을 유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주요 무기로 식탐을 이용하고, 예쁜 '것'들 때문에 차별받는 자신의 신세를 자학하면서 공감도 산다.
남들이 웃든 말든 자신의 몸매에 당당하다는 점에서 이들 개그우먼의 활약은 반갑다. 풀로만 이뤄진 걸그룹 식단을 보며 지난밤의 야식을 반성했던 우리는 '오른 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는' 이국주의 식탐송에 구원을 받는듯도 하다. 과체중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마르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좀 더 당당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과체중을 전면에 내세운 개그우먼들은 이 시대의 계몽주의자 같기도 하다.
그러나 뚱뚱한 개그우먼의 계보가 굳건히 이어지고 있는 건, 그리고 이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이 여전히 비슷하다는 건, 우리에게 몸매 선입견이 얼마나 굳건한지, 그리고 여전한지 보여주는 방증이기 하다. 이영자가 '살아, 살아, 내 살들아'를 외친 1990년대나, 이국주가 현아를 따라하며 '빨개요'를 부르는 지금이나, 뚱뚱한 여성이 자신있게 자신의 몸과 살을 긍정하는 것은 '웃음'을 자아낸다는 공식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좀 슬픈 일이다.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현아를 보자. 과체중의 여성이 당당한 게 '웃기다'고 인정되는 동안, '섹시한' 여자에게는 좀 더 나은 세상이 펼쳐졌을까.
현아는 자신의 섹시한 몸과 매력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가수 중 한명이다. '빨개요'에도 '웬만한 애들보다 잘빠진 몸매는 내게 풀 옵션'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다른 여성 연예인들이 자신의 섹스 어필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다면, 현아는 오히려 이를 무한긍정하며 자신의 최고 무기로 삼는다.
'이렇게 하면 섹시한가요?'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다른 가수와 달리, 그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탁 까놓고 보여주고는 이를 굉장히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일반 여성들에게 이국주의 그것처럼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뚱뚱한 여성이 '의외로' 당당해서 통쾌하듯, 섹시한 여자가 억지로 조신한 척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왜 이 매력을 숨겨야돼?'라고 되묻는 모습은 상당한 해방감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현아는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성적 매력을 내세우는 여성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히 강력하다. 뚱뚱한 개그우먼의 계보처럼, 이들 섹시 여가수에 대한 선입견 역시 1990년대나 다를 게 없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쏟아지는 반응들은, 이들 섹시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즐기는 여성에 대한 잣대가 얼마나 가혹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성의 성적 매력은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 따라서 (보수적인) 남성이 원하는 그 이상의 수위를 소화하는 건 아무 쓸모 없다는 평가. 가수의 주위 사람까지 걱정해주는 오지랖까지. 실로 답답한 반응이 쏟아진다.
바나나 및 특정 포즈 등 남자들끼리만 실로 사랑해마지 않던 여러 성적 장치들을 다름 아닌 현아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재현하는 데서 오는 당혹감도 포착된다. 인기 래퍼 개리나 산이의 19금 뮤직비디오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여성모델들이 오로지 남성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핥고 침대에 뒹굴었던 건 괜찮았지만, 여성이 '주체'이자 '주인공'이 돼서 섹시함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는 현아의 뮤직비디오는 매우 강력한 '우려'를 유발하는 것이다. 현아의 춤은 모두 남성들의 눈요기만을 위한 것이라 폄하하고, 이렇게 '직접적'인 건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조언도 잇따른다. 이는 여성이 남성의 취향과 별개로 스스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한 논점이다.
그리고 솔직히 따지고보면, 남자만을 위해 노골적으로 전략을 짠 건 오히려, 20대 '과년한' 여성들이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노래하는 것 아닌가.
'빨개요' 가사가 '현아는 맛있어'를 연상케 한다고 꾸짖는 반응에선, 뒷담화로만 기능하던 남자들끼리의 표현을 '어떻게 감히' 여자가 오히려 대놓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느냐는 속뜻도 읽힌다. 비하하는 표현이었음을 인정하는 화끈거림일 수도 있고, 남자들'만'의 담론에 너무 쿨하게 반응한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방어태세일 수도 있다. 현아가 의도했든 아니든, 아주 민감한 어떤 지점을 건드린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치면 또 일부 개그우먼이나 중년 출연자들의 과감한 성적 유머 및 표현에는 아주 관대한 것도 이상하다. 여성의 성적 표현을 이성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예쁘고 섹시한 여자만큼은 여전히 자신들의 틀에 가두고 싶은 심리일까?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의 표현에는 아예 별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이국주와 현아의 전성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제2의 이국주와 제2의 현아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웃기긴 하지만 '망가질 것'을 전제로 깔아야 하는 뚱뚱한 개그우먼과 야하긴 하지만 남성들의 영역까진 침범하지 않는 조신한 섹시가수의 딜레마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