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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호 회지] 진흙탕, 여성,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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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8,993회 작성일 10-03-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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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여성, 정치

권혁범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

 한국 사람 대부분은 정치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구촌에서 정치에 대해서 한국만큼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도 드물지만 정치에 참여하거나 정치인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틈만 나면 정치인을 욕하고 정당 간 지리멸렬한 싸움을 혹독하게 비난하지만 그게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깜박 잊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을 ‘삼류’라고 욕을 퍼붓지만 엄정하게 얘기하자면 정치인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 시민들이 정치참여에 소극적인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유산이기도 하지만 진흙탕 속의 싸움인 정치에 뛰어들기가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도덕적인 사람도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도 일단 그 속에 들어가면 온몸이 더럽혀지고 만신창이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는 갈등과 타협의 무한한 반복이고 따라서 ‘정쟁’은 불가피하다. 정치에 대한 도덕주의적 기대는 되레 정치 불신을 초래한다. 하지만 정치가 더럽다고, ‘맨날 쌈박질’만 한다고 외면한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정치권력, 특히 지자체 단위에서의 권력을 잡게 되는가? 

 이런 맥락에서 특히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 때문에 여성들은 진흙탕 싸움을 피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현실정치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다. 특히 시민운동과 관련된 ‘순수한’ 여성이 출마하게 되면 ‘배신감’을 느끼거나 ‘투항’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윤리적이면서도 상당한 내공과 지혜가 필요한 정치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시민/사회운동에서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시민운동의 대중적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운동가들이 제도권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이왕이면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페미니스트 여성이 정치인이 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일단은 정치색이야 어떻든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데 여러모로 좋은 방책이 아닐까?

 진흙탕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또한 그러한 결단을 내리는 여성들을 ‘권력욕’에 휘둘리는 비윤리적인 리더로 매도하지는 말자. 되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격려와 ‘정치후원금’이 아닐까? 
 선거철이 돌아오고 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