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 '너무 많아 사랑할게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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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1,538회 작성일 21-01-14 15:59본문
[편집자주] 이제는 지난해가 된 2020년, 지역 청소년/청년 페미니스트 그룹 이야기 프로젝트 <우리의 페미니즘>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이야기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중 <앞으로 우리의 페미니즘> 네트워크파티에 참여했던 팀들의 원고를 연재합니다. 주제는 '2020 나의 페미니즘 정산'입니다.
‘너무 많아 사랑할게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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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
거리두기가 필요한 한 해에도 여성들은 각자의 목표에 따라 모이고 흩어졌다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났어요.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이후로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치솟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성들이 살기 위해 모인다는 생각을 해요. 꼭 오프라인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지 않아도 화면 너머로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는 일, 마스크 뒤의 미소를 읽어내는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알아가요. 페이즈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만나 노래가 있는 그림책을 만들었고, 비혼후갬 멤버들과는 줌에서 소모임으로 만나 같이 노래를 들었고, 여성의 전화에서 주최한 화상 강의도 들었어요. 여성 아티스트의 공연을 나누기 위해 유튜브 라이브도 이용했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일상을 굴려나갈지 모르겠지만 동료들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던 한 해를 기억하면서 겁부터 먹진 않으려고 해요. 앞만 보지 않고 옆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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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
2020년만큼 집에 오래 있었던 적은 없었다. 백수이기도 했고, 코로나도 극성이어서 집에 머무는 동안 요리하는 재미와 유튜브 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문명 특급이란 프로그램에서 재재를 처음 보았는데, 한번 재재의 영상을 보자마자 무한한 호감과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 서로를 깎아내리는 장난이나 호통치는 모습만 봐도 피로해지는 편이라 예능 류의 프로그램을 한동안 멀리했었다. 그러나 재재의 프로그램은 누가 게스트이던 능숙하게 배려했고, 편안하고, 무례하지 않게 재미있었다. 성대한 비혼식을 열었으며, 유교걸이란 노래를 유쾌하게 부르는 재재는 한동안 내 마음속에서 큰 이슈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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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웬만한 음악 프로그램이 경쟁 내지 경연 포맷을 가지고 판을 치던 와중에, ‘굿걸’이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굿걸’ 또한 경연 포맷에서 아주 자유롭진 않았지만, 여성 뮤지션 사이에서 생겨나는 깊고 짙은 유대감은 이전의 프로그램에서 쉽게 찾지 못했던 것이었다. 무대에서 실수를 해서 눈물 흘리는 이영지를 안아주고, MC가 질문으로 슬릭의 기를 죽이려고 할 때 “왜 우리 애 기를 죽이냐고” 대신 나서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소위 ‘여적여’ 구도의 세간의 편견을 가볍게 무너뜨렸다. ‘For ma all gender queer for ma all spectrum 위의 가능성들을 위해’ ‘어떤 게 예술가의 삶’인지 고민한다는 노랫말로 첫 무대를 연 슬릭은 굿걸 마지막 무대에서 ‘색안경 집어치워 그 시간에 난 차라리 덕질을 하겠어 너무 많아 사랑할게 아직도’ 라고 노래했다. 와사비색 헤어밴드를 두르고!
- 여성창작자 모임 ‘페이즈(Female G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