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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 2020년 우리의 인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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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관리 댓글 0건 조회 400회 작성일 21-01-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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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제는 지난해가 된 2020년, 지역 청소년/청년 페미니스트 그룹 이야기 프로젝트 <우리의 페미니즘>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이야기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중 <앞으로 우리의 페미니즘> 네트워크파티에 참여했던 팀들의 원고를 연재합니다. 주제는 '2020 나의 페미니즘 정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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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우리의 인권을 위해

 

단톡방에 공유되는 수많은 링크와 서명부탁 메시지들. 몇 년째일까? 날카로웠던 각양각색의 여성의제는 내게 무뎌졌고, 청원이 날아올 때마다 또? 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했다. 꼭 필요한건 알지만 10, 20만을 채워도 효용없는 답변의 레퍼토리. 이런다고 세상이 바뀔까하는 회의감을 품으며 타성적으로 동의하였다.

 

그렇게 익숙해질 때쯤 충격적인 형법상 입법예고가 발표되었다. 바로 정부가 입법예고한 낙태죄를 존치시키는 형법일부개정법률안이었다. 입법예고 기간 내에 특기사항이 없다면 그대로 통과할 형법예고. 당연히 국회 입법예고에 온라인으로 의견도 남겼고, 청원도 동의했고 성명서도 쓸 예정이었지만 분명 부족했다. 속이 팔팔 끓었다. 어떻게 얻어낸 헌법불합치인데, 똑같은 답변을 맴돌게 할 수는 없었다.

 

우리끼리만 아는 SNS 활동, 우리끼리만 아는 분노에서 그쳐선 안됐다. 그때 함께 분노하던 친구의 제안. 우리 대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뭉쳐서 의사표현을 하자. 어떻게? 뉴스에 나와야지! 수많은 청원과 성명서로 꺾였던 실천의지가 팔팔 끓어넘쳤다. 전국 대학교 여성주의 동아리에 모두 연락을 돌리고, 어떤 행동을 기획하면 좋을지 함께 전국회의를 진행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행동을 처음 취했을 때 낯설지만 익숙한 감각이 돌아왔다. 페미니스트로 행동하고 싶었던 감각. 페미니스트가 취해야할 행동에 대한 감각. 여성의제에 촉발할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한 감각. 그리고 혼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사람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미적지근한 반응도 보였다. 어쩌면 낙태죄는 당장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일까? 비록 낙태죄가 폐지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남성과 교제하고 있지 않고, 설령 원치않는 임신을 하더라도 대도시에 살아 여성의원을 충분히 방문할 수 있고, 수술자금으로 급하게 쓸 수 있는 유동현금이 있기 때문일까? 여성인 나의 자기계발을 충분히 챙기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해서일까? 그러나 원치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여성의원을 충분히 방문할 수 없는 시골에 살고, 수술자금으로 급하게 쓸 수 없는 유동현금이 없을 때 그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때 그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낙태죄없이 제도적으로 안전하고 저렴하게 그의 재생산권을 지킬 수 있는 임신중절이 필요하다.

 

우리가 처음 페미니즘을 느꼈던 때로 되돌아가보자.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던 조롱과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촉발되었던 우리 모두의 문제였던 그 분노와 슬픔.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지금은 앞으로도 내가 평생 겪을 일이 없더라도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리고 같은 여성이 겪는 일이 어찌 페미니스트인 나의 일이 아닐까?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너의 일이라면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 우리의 페미니즘으로 나아가자. 앞으로 우리의 페미니즘은 익숙해지더라도, 지치더라도, 정말 내 일은 아니더라도, 나와 너로 이루어진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내가 지칠 때는 네가 나를 지켜주고 네가 쓰러질 때는 내가 너를 안아줄 수 있는 우리를 꿈꾸며 어떤 여성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억압에서 해방되는 그 날까지 함께 행동해 세상을 바꾸자.

 

- 빅웨이브 김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