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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호 회지-지금우리는!] 눈물을 닦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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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9,014회 작성일 09-09-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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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닦으며

정순진(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지난 일주일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입니다. 끝까지 그 분을 님으로 여기고 믿고 따르던 소수의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님이라고 여겼다 배신당했다 생각해 분노하고 비난하던 사람도, 님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까지, 그 분이 떠나고 나자 그 분이 나의 님이었음을, 우리의 님이었음을 새삼 깨달아 가슴을 치며 고백하고, 울부짖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은 마치 자기 아버지를 잃은 듯, 자기 지아비를 잃은 듯, 자기 자식을 잃은 듯 눈물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단순히 문상객으로 조문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상주가 되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님을 보낼 수 없다고 몸부림쳤습니다.

 이제 눈물을 닦으며 왜 님을 지키지 못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다 제 각각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느라 옆을 살필 여력도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내 배 부르고, 내 등 따시다면 다른 사람이야 배가 고프건 말건 등이 따시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나보다 잘사는 것 같은 사람은 잘 산다는 이유로, 마치 내 것을 빼앗아 가지 않았나 의심하며 사사건건  비난하고 나보다 못사는 것 같은 사람은 못산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멀리했습니다. 아아, 사람 사는 세상이 어찌 이리 강퍅하게 되었을까요? 그것도 유사 이래 가장 부자로 살고 있는 시절에.

이제 눈물을 닦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봅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참으로 원통하고, 참으로 부끄럽고, 참으로 슬펐지만 동시에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나 말고도 나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가슴 벅찬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님이 죽어 우리 가슴에 살아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아무리 살기 바빠도 내 지지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주변을 돌아봅시다. 
  지금부터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도 손 내밀어 차이를 축복으로 바꾸어 갑시다. 그렇게 사람이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