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키보드 붙잡고 '김치년' .. 나는 루저인가, 찌질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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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8,387회 작성일 14-04-08 10:00본문
[한겨레]'김치년', '보슬아치', '보빨러'… 여성혐오 쏟아내는 일베
과격한 단어쓰며 쾌락 느끼는 그들은 누구인가
"강북의 남고 학생들은 엄청난 열패감을 갖고 있고 여성 혐오가 심한데, 일베가 어떤 연령층이며 어떤 계층인지 알아보는 건 여전히 중요하지 않나요?" "일베는 단일화할 수 없는데다, 일일이 호구조사를 할 수도 없지 않을까요?"
지난 28일 오후 한국문화사회학회가 서강대에서 연 콜로키움에 30여명의 연구자들과 학생들이 모였다. 이날 주제는 '일베와 여성혐오'. 일베는 과연 괴물인가, 루저인가? 한국의 젊은 여성 전체를 속물적인 여자라는 뜻의 '김치녀'라고 호명하는 것은 일베뿐인가? 질문이 쏟아졌다.
발제를 맡은 윤보라(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씨는 일베 현상에 대해 "타자에 대한 혐오, 정확히는 여성에 대한 혐오로 작동한다. 이는 젠더 관계의 변동, 루저 문화가 함축한 규범적 남성의 불안정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년 동안 일베 안의 4만6000여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욕설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어는 '여자'(4321건)로, 그 뒤를 이은 '노무현'(2339건)의 두배에 이른다. 윤씨는 '김치년/보*년/보슬아치(여성의 성기+벼슬아치)'라는 기호를 만들어낸 메커니즘이 '홍어', '좌좀/좌빨', '노운지'를 만들어낸 메커니즘과 정확하게 조응한다고 지적했다. 일베에서는 여성 성기를 빗대 혐오하는 '보혐', 여성을 좋게 말하는 이를 뜻하는 '보빨러', 여성 혐오 담론을 경계하는 이를 일컫는 '씹선비'라는 조어가 즐겨 쓰인다. 이런 과격하지만 쾌락적 요소가 있는 단어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여자' 최다 언급…'노무현'의 2배
'여성=진보·좌파' 등식 만들어
민주화 될수록 '뺏긴다'는 논리
신자유주의 공포로 여성 적대시
"여성은 사회분노 쏟는 안전망
일베현상 분석틀 확대할 필요"
민주화와 여성을 연결하는 데도 그럴싸한 논리가 만들어진다. "김대중 정부는 여성계 표가 필요한 좌파와, 권력이 필요했던 여성계의 '윈윈 전략'으로 탄생했다. '여자'는 곧 '진보'이고, '잃어버린 10년' 동안 자신들에게 뭔가 약탈해간 자는 여성이며, 나라를 이꼴로 만든 것은 좌파 정권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점점 더 뭔가 빼앗길 것"이라는 인식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지질한 '루저 문화'를 공유한 '잉여'들의 사회적 성별이 남성으로 확정된 것은 주목해야 할 바다. 일제강점기 모던 걸에 대한 비난부터 경제 위기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행되는 대대적인 여성 '표적' 정리해고까지, 개인의 불안과 공포가 한계에 이르렀을 때 우리 사회가 전면적으로 벌여온 '여성에 대한 타자화 현상'과 관련있다는 지적이다.
윤씨는 "여성은 사회적 불안이 만들어내는 분노를 쏟아부을 수 있는 신자유주의적 안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알파걸 현상, 여풍 담론의 등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을 남성의 경쟁자, 나아가 남성을 착취하는 존재로 여긴다. 신자유주의적인 존재조건을 가진 개인의 불안과 공포가 젠더 관계에 투사되고 있다는 얘기다. 윤씨는 모던걸, 개똥녀, 된장녀, 그리고 김치녀까지 오랜 기간 특정 여성범주가 사회적 내면화를 거치면서 변화했다고 본다. 그는 "일베 없이도 우리는 그동안 '○○녀'를 만들어 구경하고, 처벌하고, 해고하고, 죽이지 않았나" 되물었다. 우리의 혐의를 일베에게 투사해 처벌함으로써 혐의를 벗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수진 서울대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일베를 괴물로 취급하고 단순히 극우 네티즌의 탄생으로 보는 시각과, '나꼼수'의 극우적 거울상으로서 일베를 분석하며 정치·감성·오락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종의 '반지성주의 문화'라고 진단하는 시각이 있었다. 이제는 여기에 젠더 정치라는, 루저 문화를 함축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불안정화와 민주화가 연결된 부분을 첨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판타지에 기반한 여성 혐오담론과 향락의 언어는 현실을 아무리 대입해봤자 교정이 안되고 곤혹스러울 뿐이다. 이런 파시즘적 대중정치의 작동을 완전히 이론화하지 못했기에 문화연구자들은 궁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현재 담론 분석의 한계를 덧붙였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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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단어쓰며 쾌락 느끼는 그들은 누구인가
"강북의 남고 학생들은 엄청난 열패감을 갖고 있고 여성 혐오가 심한데, 일베가 어떤 연령층이며 어떤 계층인지 알아보는 건 여전히 중요하지 않나요?" "일베는 단일화할 수 없는데다, 일일이 호구조사를 할 수도 없지 않을까요?"
지난 28일 오후 한국문화사회학회가 서강대에서 연 콜로키움에 30여명의 연구자들과 학생들이 모였다. 이날 주제는 '일베와 여성혐오'. 일베는 과연 괴물인가, 루저인가? 한국의 젊은 여성 전체를 속물적인 여자라는 뜻의 '김치녀'라고 호명하는 것은 일베뿐인가? 질문이 쏟아졌다.
발제를 맡은 윤보라(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씨는 일베 현상에 대해 "타자에 대한 혐오, 정확히는 여성에 대한 혐오로 작동한다. 이는 젠더 관계의 변동, 루저 문화가 함축한 규범적 남성의 불안정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년 동안 일베 안의 4만6000여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욕설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어는 '여자'(4321건)로, 그 뒤를 이은 '노무현'(2339건)의 두배에 이른다. 윤씨는 '김치년/보*년/보슬아치(여성의 성기+벼슬아치)'라는 기호를 만들어낸 메커니즘이 '홍어', '좌좀/좌빨', '노운지'를 만들어낸 메커니즘과 정확하게 조응한다고 지적했다. 일베에서는 여성 성기를 빗대 혐오하는 '보혐', 여성을 좋게 말하는 이를 뜻하는 '보빨러', 여성 혐오 담론을 경계하는 이를 일컫는 '씹선비'라는 조어가 즐겨 쓰인다. 이런 과격하지만 쾌락적 요소가 있는 단어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여자' 최다 언급…'노무현'의 2배
'여성=진보·좌파' 등식 만들어
민주화 될수록 '뺏긴다'는 논리
신자유주의 공포로 여성 적대시
"여성은 사회분노 쏟는 안전망
일베현상 분석틀 확대할 필요"
민주화와 여성을 연결하는 데도 그럴싸한 논리가 만들어진다. "김대중 정부는 여성계 표가 필요한 좌파와, 권력이 필요했던 여성계의 '윈윈 전략'으로 탄생했다. '여자'는 곧 '진보'이고, '잃어버린 10년' 동안 자신들에게 뭔가 약탈해간 자는 여성이며, 나라를 이꼴로 만든 것은 좌파 정권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점점 더 뭔가 빼앗길 것"이라는 인식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지질한 '루저 문화'를 공유한 '잉여'들의 사회적 성별이 남성으로 확정된 것은 주목해야 할 바다. 일제강점기 모던 걸에 대한 비난부터 경제 위기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행되는 대대적인 여성 '표적' 정리해고까지, 개인의 불안과 공포가 한계에 이르렀을 때 우리 사회가 전면적으로 벌여온 '여성에 대한 타자화 현상'과 관련있다는 지적이다.
윤씨는 "여성은 사회적 불안이 만들어내는 분노를 쏟아부을 수 있는 신자유주의적 안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알파걸 현상, 여풍 담론의 등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을 남성의 경쟁자, 나아가 남성을 착취하는 존재로 여긴다. 신자유주의적인 존재조건을 가진 개인의 불안과 공포가 젠더 관계에 투사되고 있다는 얘기다. 윤씨는 모던걸, 개똥녀, 된장녀, 그리고 김치녀까지 오랜 기간 특정 여성범주가 사회적 내면화를 거치면서 변화했다고 본다. 그는 "일베 없이도 우리는 그동안 '○○녀'를 만들어 구경하고, 처벌하고, 해고하고, 죽이지 않았나" 되물었다. 우리의 혐의를 일베에게 투사해 처벌함으로써 혐의를 벗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수진 서울대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일베를 괴물로 취급하고 단순히 극우 네티즌의 탄생으로 보는 시각과, '나꼼수'의 극우적 거울상으로서 일베를 분석하며 정치·감성·오락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종의 '반지성주의 문화'라고 진단하는 시각이 있었다. 이제는 여기에 젠더 정치라는, 루저 문화를 함축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불안정화와 민주화가 연결된 부분을 첨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판타지에 기반한 여성 혐오담론과 향락의 언어는 현실을 아무리 대입해봤자 교정이 안되고 곤혹스러울 뿐이다. 이런 파시즘적 대중정치의 작동을 완전히 이론화하지 못했기에 문화연구자들은 궁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현재 담론 분석의 한계를 덧붙였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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