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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의 남녀 차등과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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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8,107회 작성일 14-09-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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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남녀를 다르게 대우해 남성 또는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기준이나 조건을 적용했지만 그 기준이나 조건이 합리적이지 못해 남성 또는 여성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합리적 이유의 유무에 관한 판단은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 남녀 차등인지, 성차별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법과 판례 및 정책은 시대적 상황, 입법·법·행정의 담당자, 이해관계자의 영향력과 국민의 의식과 여론에 영향을 받으며 이뤄지고 변화한다. 민주화와 국제화로 사회가 변화하고 여성들의 사회참여와 국민의 인권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가부장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남녀를 다르게 대우한 법과 판례 및 정책의 대부분은 성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아 남녀 동일하게 변화하는 추세에 있다.

그런데 ‘병역법’은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징집의 대상이 될 사람을 ‘대한민국 남성(18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여자에 대해서는 “지원에 의하여 현역에 한하여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가 2011년 5월 24일에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이러한 남녀 차등 규정에 대해 위헌심판을 요구하는 소송은 2000년 1월에 한국남성운동협의회에 의해 처음 제기됐고 2005년에는 여고생이 여성의 군입대에 대한 불합리한 제한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절차 위반과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각하시켰다. 그 후 2006년부터 입영통지서를 받거나 군복무 중인 남성들이 잇달아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헌법재판소는 성차별 여부 등에 관한 심리를 하여 네 차례(2010년11월25일, 2011년6월30일, 2014년2월27일, 2014년3월11일)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의 요지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 남성이 무기의 소지·작동 및 전장의 이동에 요청되는 근력 등이 여성보다 우수해 전투에 더욱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우수한 여성이라도 임신·출산·생리 등의 신체적 특성이 있어 군복무에 지장이 있으므로 입법자가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 둘째, 남녀의 동등한 군복무를 전제로 한 시설과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비교법적으로 전례가 없어 추산하기 어려운 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셋째, 현재 남자를 중심으로 짜여 있는 군 조직과 병영의 시설 체계하에서 여자에 대해 전면적인 병역의무를 부과할 경우, 군대 내부에서의 상명하복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의 범죄나 남녀 간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기강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합헌 결정에 대해서는 남성연대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진영 일부에서도 반박했다. 위헌의견을 제시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도 제1차 결정에 2명, 제2차 결정에 1명 있었다. 남성의 병역의무제가 타당치 않다는 견해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공통적인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전투에 더 적합한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군대는 전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를 하므로 여성에게 군복무를 시키거나 사회봉사 등의 대체복무를 하게 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다는 것과 군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특질과 역할을 약자·피보호자·가사노동 종사자로 보는 가부장적 시각에 기초해 여성을 군대와 관련한 교육훈련과 직업 선택에서 제한한 것이므로 여성에 대한 차별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쿠바, 북한 등에서는 복무 조건의 성별 차이는 있지만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2013년 6월에 여성도 남성과 동일하게 1년의 복무 조건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법을 제정해 2015년부터 실시한다. 주목할 것은 노르웨이의 남녀공동병역의무제의 실시 취지가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은 권리와 의무를 동등하게 가져야 하며 군대의 우수한 인재 충원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는 점과 세계 제일의 남녀평등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 여건을 갖춘 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여성신문 1303호 [오피니언] (2014-08-26)

김엘림 /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한국젠더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