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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 단절 앞에 주저앉는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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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884회 작성일 21-01-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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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제는 지난해가 된 2020년, 지역 청소년/청년 페미니스트 그룹 이야기 프로젝트 <우리의 페미니즘>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이야기프로젝트에 참여한 팀 중 <앞으로 우리의 페미니즘> 네트워크파티에 참여했던 팀들의 원고를 연재합니다. 주제는 '2020 나의 페미니즘 정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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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앞에 주저앉는 대신

 

 

 

 

 

 다른 해보다 유달리 짧은 해였습니다. 대전휴먼라이브러리의 대표 자리를 위임받고, 더 성장하는 단체가 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했던 게 1, 2월의 일입니다. 묵독 행사에 열성적인 참가자가 많으니 멤버십 제도로 운영할지, 영화제나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한다면 어떤 작품을 고를지, 페미니스트만을 위한 네트워킹 행사를 한다면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지금 생각하니 봄이 오기 전에 꾼 꿈만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면서 청년 공간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도 모이기를 꺼렸습니다. 지자체의 커뮤니티 지원사업 모집 또한 미뤄졌고 불가능한 상황에 가능한 일을 찾아 헤매며 스스로도 격리와 단절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시도도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훈풍이 불러온 효과일까요? 5월에는 대전광역시 젠더활동가로 발탁되어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그룹 보슈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 보슈는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문화 확산 사업 '버터나이프 크루'에 선정되어 지역 여성들이 지어나가는 연극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진행되어 12월에는 극을 상연합니다. 초여름에는 대전휴먼라이브러리도 대전광역시 청년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고, 저는 지역에서 일하는 비영리단체 대표로서 KBS 대전 1라디오 '..' 청년몰 코너에 매주 수요일 출연하면서 활기가 생겼습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여성 문제에 대해 발언할 기회도 늘어났습니다. 바이러스와 국가 지침이라는 벽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대로 점점이 떨어진 채 언제까지 서 있을지 모르는 벽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벽에 등을 붙이고 옆으로 걸어서라도 꾸준히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대전에 살고있는 여성 청년의 언어를 들었고 인터뷰 내용을 이곳저곳으로 날랐습니다. 여의도에서 페미니스트 정당 대변인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정당 대표를 초청해 코로나에 지친 여성을 백여명의 여성을 임파워링하기 위한 온라인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전휴먼라이브러리는 우리 동네에 이런 사람이 살고 있었다니, 여성도 이런 일을 한다니, 대전휴먼라이브러리가 이런 사람도 만난다니(?) 다양한 반응을 들으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저희 역시 고유한 일대기를 남기고픈 여성주의자들의 단체이고 이야기의 확산은 성장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대전휴먼라이브러리는 지속적인 여성주의 활동을 하기 위해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중입니다. 2020년에 못다 이룬 계획들이 많습니다. 2021년 또한 2020년만큼이나 다른 해가 될지도 모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곳 대전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알리고, 연결될 가능성을 만들고, 편견을 해체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 대전휴먼라이브러리 대표 공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