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직장내성희롱 가해자 복직 판정에 대한 노동위원회 규탄 기자회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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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1,234회 작성일 21-07-30 10:23본문
피해자에게 안전한 직장을!!
우리사회에서는 많은 여성들의 용기로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직장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내성희롱규정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법과 제도 안에서 여성들의 직장내성폭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마련되었다. 또한 2018년 서지현 검사의 용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성폭력 문제를 가시화 한 이후로도 최근 공군 내 성폭력 사건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직장은 성폭력으로부터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고 있지 못하다.
‘부산 A새마을금고성희롱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상사였던 가해자가 십여 년에 걸쳐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하여 그 중 3명은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하였으며 다른 직원들에게는 비난과 폭언까지 일삼았던 사건이다. 직장에서는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가해자를 면직하였지만 가해자는 뻔뻔하게도 부당해고를 주장하였고 노동위원회는 그런 가해자를 복직시키는 말도 안 되는 판정을 두 차례나 반복했다. 결국 피해자들이 어렵게 낸 용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가해자와 같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오는 8월 5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가해자 복직 여부에 대한 마지막 판정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그 동안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그 과정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다. 간절한 마음으로 참고인으로 참석한 피해자에게 전혀 발언권을 주지 않은 채, 성희롱은 인정하면서도 가해자가 성희롱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복직을 결정했다. 이는 성희롱에서 가해자의 의도와 동기를 묻지 않기로 했던 2008년 이후 확립된 판례에도 반하는 결정이다. 뿐만 아니라 징계가 과중하니 가해자를 피해자가 일하는 직장으로 복귀하도록 한 조치는 오랫동안 피해자들의 용기로 만들어온 피해자 보호조치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다.
이렇듯 노동위원회는 직장내성희롱 사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구시대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기계적인 판정만을 내리고 있다.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가 징계를 불복하는 경우에도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서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안전한 직장환경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려 없이 가해자를 복직시킨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직장을 나가라는 말과 다름없다. 이것이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어야할 노동위원회의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이자, 직장내성폭력피해자들의 용기로 만들어진 직장 내 성희롱 금지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직장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 피해자들이 현재 근무하는 직장보다 높은 성인지감수성을 가져야 하며 피해자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 5월 22일,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 만약 우리사회의 감수성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누군가가 피해자의 편에서 그 목소리에 귀 기울였더라면 이러한 비통한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수많은 피해자를 만나왔다. 그들이 간절히 요구하고 가장 원하는 것은 가해자와 함께 일하지 않고 안전한 직장을 다니는 것이다. 약자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위원회의 존재이유를 생각한다면 이 같은 판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노동위원회가 가해자의 권리만을 보장한다면 피해자가 안전한 직장을 다닐 권리는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다.
직장내성희롱사건으로 어렵게 용기 낸 피해자를 다시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기계적인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규탄한다. 우리는 직장내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가 안전한 직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항상 함께할 것이다.
- 가해자를 복직시킨 노동위원회를 규탄한다!
- 기계적인 판정을 멈추고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하라!
- 노동위원회는 피해자에게 안전한 직장을 보장하라!
2021년 7월 29일
사단법인부산성폭력상담소, 대전여민회,
부산 A새마을금고성희롱사건 피해자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