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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3·8 세계여성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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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791회 작성일 23-03-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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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3·8 세계여성의 날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7년 3월 8일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는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1만5000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의 함성이 가득했다.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을 받던 여성들은 생존권(빵)을, 참정권(장미)을 요구했다. 당시 여성노동자 노동시간은 무려 12시간이 넘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숨진 한 여성의 죽음으로 촉발된 분노는 여성노동자들을 광장으로 달려가게 했다.

1907년 3월 8일 터져 나온 여성들의 탄식과 함성으로부터 116년이 지났다. 2023년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는 충분할까? 우리나라 성별 임금 격차를 주 5일 8시간 노동 기준으로 보면 여성들은 3시부터 퇴근까지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고 한다. 2017년부터 3·8세계여성의날을 전후로 '3시 STOP 조기퇴근시위'를 시작했지만, 조기퇴근도 파업도 실현되지 못한 선언에 불과하다. 강력한 가부장제에 포획되고 저평가된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에 종속된 여성들에게 조기퇴근은 퇴근이 아니며, 결국 성별 임금 격차는 가부장제와 성차별을 재생산하는 강력한 자양분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노동이 더 값진 노동인가? 일·가정양립은 왜 여성에게만 요구되는가? 누가 여성인가? 질문하고 성찰해야 달라진다.

이제 3월 8일은 성별 임금 차별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차별과 불평등,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환대받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외침의 날이 되었다. 3월 4일 '3·8세계여성의날 기념 38차 한국여성대회'에 모인 여성들이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 퇴행의 시대를 넘은 거센 연대의 파도'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광장에 모인 이유다.

매년 3·8기념행사에서 발표하는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 성평등 걸림돌 발표와 참가자 연대발언은 지금, 대한민국 여성들의 좌표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성평등 디딤돌로 선정된 곳 중에 청주지역 청년여성 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는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세상을 바꾸는 발랄하고 성숙한 페미니스트 정치 가능성을 열었고, 8여 년에 걸친 소송에서 미국 기지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인정과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낸 미국 '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122인 원고와 대리인단은 꺾을 수 없는 존엄과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광장에서 이들의 육성으로 듣는 거침없고 따뜻한 전진에 감동했다. 반면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거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축소한 기업,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여성가족부, 여성의 임신중지권리 보장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유산유도제 도입 책무 방기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성평등 걸림돌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대전에서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가 열린다. 3·8여성의날 기념 공동행동 주최로 오전 11시 시청 북문 앞 기자회견과 저녁 7시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우리 모두의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는 시민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각각 다른 사람들이 그 다름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평등한 세상이다. 성평등(Gender equality)은 성차별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성별은 구분될 수 있지, 차별될 순 없고 성별 간 경쟁이나 정파적 경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등이 모두 같아지자는 맹목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아무리 말해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은 알고 싶지 않은 의지를 포함하고 있다. 성평등을 외면하면 편협하고 위험한 사회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광장에 모여 당당하고 신나게 길을 열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용기를 얻는다. "우리는 어느 시대나 존재하는 성차별, 성폭력 구조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다시 한 번, 이 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가 되어 성평등 사회를 향해 힘차게 전진합시다." 2023년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여성선언이 유난히 귓가에 메아리치는 봄이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