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그루밍 범죄를 부적절한 관계로 축소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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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542회 작성일 24-06-24 13:46본문
그루밍 범죄를 부적절한 관계로 축소시키지 말라
최근 대전에서 그루밍 범죄가 잇달아 발생했다. 그것도 학생들이 최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할 학교에서 일어났다. 교육청은 사건이 벌어진 후에야 대응하기에 급급했고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언론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 2차 가해에 일조했다. 2018년 첫 스쿨미투 이후 6년이나 지났지만 학교 내 그루밍 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도 예방책도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루밍 범죄는 그 특성상 제대로된 피해 파악이 어렵다. 그루밍 범죄는 가해자 성인들이 연령이 어린 피해대상의 취약점을 이용하고, 정서적 지지등의 관계 맺기를 통해 범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직·간접적으로 아는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는 이용하여 그루밍을 통해 피해자의 폭로를 방지한다. 또한 신뢰를 쌓아 가해 행동을 자연스러운 관계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 통제한다. 그 결과 피해자는 스스로 자신의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신고하기도 어려울 뿐아니라, 신고를 하더라도 그루밍 범죄의 특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하는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결국 많은 그루밍 범죄는 축소되고 은폐된다. 실제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상담 사례에는 그루밍에 의한 성범죄가 많은 비율을 차지 하고 있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그루밍 범죄가 얼마나 많을지 가늠하기 무서울 정도다.
그루밍 범죄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성 보수주의 교육은 그루밍 범죄의 은폐를 가속화 시킨다. 그루밍 범죄를 예방하고 은폐되는 범죄를 드러내게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에게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큰일 날 것처럼 겁을 주는 보수적인 성 교육이 아니라,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는걸 알릴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의 관련기관 종사자, 관계자 뿐 아니라 일반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예방 교육과 신고의무제도의 확대가 시급하다. 청소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에는 주변에 있는 성인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그루밍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인지한 상태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실효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그루밍 범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가 더욱 커질 뿐이다.
그루밍 범죄에 ‘합의’ 또는 ‘부적절한 관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피해자가 피해경험으로 자신이 비난받을 것을 두려워하게 하지 말라. 피해자가 가해자의 지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루밍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피해자가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도움을 받을수 있도록 해야한다.
교육청은 즉각 피해자를 보호하고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들과 그루밍 범죄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라.
언론은 그루밍 범죄 기사 작성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2차 가해를 부추기는 보도를 중단하라. 대전시는 그루밍 범죄를 좌시하지 말고 피해자 보호에 중심을 둔 그루밍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