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를 통해서 본 학교 성 인권 실태와 대안 모색’ 온라인 토론회가 지난 29일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대전 S여중·고 스쿨미투 사태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대전시교육청의 성폭력예방교육운영기관 교육감 측근단체 선정을 계기로 학교 성 인권 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열렸다. 토론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스쿨미투대응대전공대위’ 페이스북 페이지로 온라인 생중계되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 이병구 집행위원장은 “거듭 발생하는 대전 스쿨미투의 책임은 최우선적으로 대전 교육 책임자인 설동호 교육감에게 있다”는 점을 짚으며 대전시민과 피해 학생들에게 스쿨미투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 스쿨미투 전수조사를 여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주기적으로 실시할 것, 전문성 있는 성평등 전담기구를 설치할 것, 성비위 가해자 처벌 및 징계 절차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 공개할 것 등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어 발제한 대전광역시성인권센터 오성진 센터장은 “성교육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의 물꼬를 텄다. 교육부가 만든 성교육표준안은 구시대적 발상에 근거했고, 이를 토대로 성교육을 하면 학생들이 잘 듣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 그는 일상에서의 성 교육 부재를 문제로 꼽으며, 교원에 대한 성 교육 의무화를 주장했다. 나아가 “학생에게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외모, 나이 등 차별 또는 혐오 발언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대전교육연구소 성광진 소장은 “학교 성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시교육청 내 성교육센터를 설립하여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년별 연15시간 성교육 의무 실시가 성교육 추진의 전부일 수 없고, 유·초등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성장발달 단계에 맞는 성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것. 그는 “성교육 전문가를 외부에서 초빙하여 센터장 및 센터를 구성하고, 현장교사들의 파견근무를 결합해 구체적인 학교현장의 교육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도록 하며, 교육팀/연구팀/상담팀/성평등학교 만들기 사업팀으로 사업팀을 구성해 일종의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는 전교조대전지부 이규연 수석부지부장, 전북교육청 문승연 민주시민교육과 주무관, 대전YWCA성·가정폭력상담소 김미화 소장, 대전여민회 박이경수 사무국장, 충북여중 성폭력 피해 생존자(청소년 활동가)가 참여했다.

전교조대전지부 이규연 수석부지부장은 “스쿨미투는 권위적, 폭력적인 학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던 사건이자, 학교를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학생들의 움직임”이라 말하며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또는 보호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 여기는 게 아니라, 성 평등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의 목소리가 발화되고, 반영되는 통로가 안전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문승연 성인권 전문 조사관은 작년 마련한 학교성폭력사안처리 매뉴얼에 따라 성 인권 침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북 사례를 소개했다. 전북교육청 학내 성 인권 보호 방안에 따르면 전북 교육청은 학생(피해자)-교직원(행위자)간 발생하는 성 사안은 원스트라이트아웃제를 원칙으로 하며, 성 인권 전문 강사단을 운영한다. 또한 성 인권 전문가로 조직된 성인권교육연구회를 지원함에 따라 성 인권 침해 사안 접수 시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초기 상담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학내 성 인권 침해 사안에 있어 얼마나 피해학생 입장에서 이해하느냐,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YWCA성·가정폭력상담소 김미화 소장은 스쿨미투 이후 많은 학생이 2차 가해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대전시교육청이 실효성 있는 2차 가해예방 대책과 ‘스쿨미투 피해학생 권리 안내서’를 마련해 가명조서제도 활용, 피해학생이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경찰조사에 응할 수 있는 학교 외의 별도 상담 공간 제공, 전문 성폭력상담소 연계, 법률지원 연계 등 권리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여민회 박이경수 사무국장은 “성평등 관점에서 주의 깊게 바라볼 점은 다수 조사에서 청소년의 성평등 의식이 성별 간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환경은 학생의 의식변화, 지금의 문화현상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평등교육과 관련된 법을 재정비해, 성평등교육 실태조사와 더불어 전반적인 성평등교육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북여중 성폭력 피해 생존자(청소년 활동가) A씨는 2018년 9월 스쿨미투 운동을 이끌었던, 여성 청소년으로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교실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해 증거를 채집할 수 없다”며 “학생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스쿨미투’의 빈틈으로 파고들어, 피고인은 주위 학생에게 탄원서를 요구하는 등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2차 가해 행위를 했지만 그에 대한 방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언론에서 스쿨미투를 보도할 때, 보호주의적인 시선으로 피해당사자를 무력한 존재로 비추거나 흔히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시선이 많은데, 그것을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트위터를 이용했던 건 익명성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동조하는지가 확연히 보이는 등 트위터의 화력이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살을 부대끼는 공간에서는 함께하는 사람이 없어 간극이 컸다”며 “스쿨미투가 지속적인 운동으로 이어지려면 청소년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더 많아져야 하며, 이전 스쿨미투 사례 또한 아카이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스쿨미투 대응 대전공대위·대전인권센터 주최, 대전교육시민단체연대회의 주관으로 열렸으며, 스쿨미투 대응 대전공대위는 오늘(6월 30일) 기준으로 78일째 대전 스쿨미투 해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대전교육청 앞에서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