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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때문에 스러져간 세 모녀의 삶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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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3,559회 작성일 14-03-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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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가난 때문에 스러져간 세 모녀의 삶을 기리며..
-사각지대 해소가 아니라 복지부정 색출에 올인하는 정부에게
다시 한 번 빈곤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서울에 살던 세 모녀가 지난 2월 26일 저녁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12년 전 아버지가 떠난 뒤 이들 모녀는 어머니의 식당 노동과 작은 딸의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왔다. 36세, 33세였던 두 딸은 어려운 생활과 지병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었고,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조차 포기하고 지내왔다고 한다. 61세 어머니는 지난 1월 팔을 다친 뒤 식당 일조차 하지 못해왔다. 이런 상황에 빠져있었지만 그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최후의 안전망,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급권은 ‘신청’을 통해서만 발생한다. 본인이 신청하기 전에는 어떤 상태에 놓인다 해도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권리로서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신청주의는 이를 소극적 권리로 방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빠져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복지제도에 다가올 수 있도록 안내해 할 때 법의 권리는 비로소 실현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가장 일선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읍면동의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은 인력부족과 과도한 업무 쏠림 현상으로 인해 1인당 수 백 명의 수급자를 담당하고 있어, 아웃리치를 통한 적극적 사각지대 발굴이나 현장 조사는 꿈꾸기 힘든 현실이다. 더구나 2010년 통합전산망이 도입된 이후 현장조사보다 단순한 공적 자료의 합을 더 우선시 하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 가장 신뢰받아야 할 복지 당사자인 수급(신청)자와 전담공무원의 판단을 정부는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존권은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부양의무니 근로능력에 대한 평가에 앞서 국가는 최저생계비 미만 국민들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이야기하면서 그 1호과제로 부정수급 근절을 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들은 합동으로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급기야 얼마 전 인천에서는 경찰청이 활동보조인과 이용자의 개인정보 요청 하는 등 복지 대상자들을 예비 범죄자화 하는 양태에 이르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정말 ‘부정수급 색출’ 인가? 800만의 빈곤인구 중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14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정부가 말 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는 410만에 이르고 있는데 정부는 복지확대․사각지대 해소와 부정수급 색출 중 무엇을 자기 역할로 삼는 것인가?

정부가 부정수급을 잡겠다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선 사이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은 이렇게 주검이 되었다. 아픈 딸에게 건강보험은 제 역할을 못했고, 일을 할 수 없는 어머니에겐 실업급여조차 없었다.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두 딸에게 ‘일을 통한 복지’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차상위 지원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 가난한 국민들에게 과연 사회안전망이란 존재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자신의 정책 자료집에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을 건 바 있다. 도대체 이들 모녀 삶의 어디에 복지는 있었는가? 박근혜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해야만 한다.

세 모녀는 가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떠났다. 주변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혹여 폐가 될까 남에게 앓는 소리 한번 못하던 이들이었다고 한다. 복지수급의 권리조차 ‘폐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를 이들을 생각하면 빈곤층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이 정부에 배신감마저 든다. 우리는 가난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싸우는 박근혜정부에게 이 죽음의 책임을 묻는 바이다. 마지막까지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야 했던 세 모녀의 죽음 앞에 깊은 분노를 느끼며, 진짜 죄송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잘못된 복지제도와 그것을 방치하는 우리 사회 모든 이들임을 밝힌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빈곤과 차별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 빈다.

2014년 2월 28일
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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