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전시는 편향된 젠더 인식과 무책임한 기획에 기반한 청년 매칭사업을 지금 당장 전면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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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여민회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5-03-26 20:35본문
대전시는 편향된 젠더 인식과 무책임한 기획에 기반한
청년 매칭사업을 지금 당장 전면 중단하라!
대전시는 지난 3월 13일, 청년들 만남을 장려하고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목적 아래 「청년만남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1인당 최대 20만 원까지 데이트 비용을 지원하며, 이성 간 건전한 만남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업의 핵심은 ‘이성교제 활성화’를 통해 청년의 사회적 관계망을 확장하고 나아가 인구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겉보기에 유쾌하고 낭만적인 이 정책은 그 이면에 심각한 젠더 편향과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청년만남지원사업」은 그 제목에서부터 불편하다. '청년의 건전한 이성교제'를 지원한다는 이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만남의 기회를 확대해 청년의 사회적 관계망을 넓힌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선은 뿌리 깊은 성차별적 인식에 기반한다. 더 문제인 것은 이 사업이 이성 간 만남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건전한 이성교제’라는 표현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국가가 '건전함'이라는 개념을 자의적으로 설정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관계—특히 동성 간 관계나 비혼, 비연애의 삶의 형태—를 비정상적이고 비건전한 것으로 낙인찍는 발화다. 이는 단순한 배제가 아니라, 청년 개개인 정체성과 관계 양식을 ‘정상/비정상’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명백한 차별 행위다.
‘만남’은 본래 개인의 감정, 취향, 가치관이 섬세하게 작용하는 지극히 사적인 선택의 영역이다. 그런데 국가가 이를 정책화하면서, 남성과 여성 각각에게 암묵적인 태도와 이상적인 관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국가가 공적 자원을 동원해 청년들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나아가 가부장적 관계 질서를 재생산하려는 시도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업의 조건 중 하나로 명시된, “본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 모든 만남과 그로 인한 행동의 책임은 참가자 본인에게 있음”이라는 조항이다. 이는 정책이 특정한 유형의 만남을 장려해놓고, 그 만남의 결과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만약 해당 사업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와 갈등, 심지어 위계적 관계나 성폭력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가는 정책 개입자이자 유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공정책이 개인의 삶에 개입하면서 동시에 책임은 회피하는 이 구조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기획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마치 청년 문제를 ‘만남의 부족’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청년들이 연애나 결혼을 피하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불안정, 주거 문제, 일자리 부족, 성차별 구조와 같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시는 그 책임을 외면한 채, ‘왜 만나지 않느냐’고 청년을 다그치고 급기야 세금으로 연애를 장려하며 그 책임을 개인의 감정적 선택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는 매우 왜곡된 인식이며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다.
이 사업은 명백히 성차별적인 시선과 이성애 중심주의와 국가의 가부장적 개입 욕망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특정한 성별 관계와 생활양식을 '이상적'이라고 설정하고, 이에 걸맞은 청년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청년이 국가의 출산정책 도구가 되는 것도, 구시대적 성역할 훈육 대상이 되는 것도 거부한다. 청년은 ‘누군가와 만나야’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삶과 정체성으로 존중받아야 할 주체다.
대전시는 편향된 젠더 인식과 무책임한 기획에 기반한 청년 매칭 사업을 지금 당장 전면 중단하라!
대전여성단체연합
2025년 3월 24일(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