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악마'는 누가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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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대전여민회관리 댓글 0건 조회 971회 작성일 20-04-08 17:38본문
누가 악마를 만드는가?
- 범죄자의 자의식을 대변하지 말라 -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며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범죄자 조주빈이 포토라인 앞에서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말의 반성이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자의식에 취한 발언이었다. 범죄자가 할 수 있는 말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뿐이어야 한다. 언론은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여 주지 말았어야 하고, 범죄자의 자의식을 비대하게 만드는 보도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성착취 범죄를 보도하는 언론은 피해자의 피해를 이용하여 가해자의 영웅 심리를 채워주기에 급급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범죄자의 ‘악마화’를 부추기는 요소로 사용되었다. 가해자의 학보사, 봉사 활동 등 과거의 행적에 주목하여 ‘이중인격을 가진 괴물’이나 ‘악마’로 표현했다. 언론은 핵심을 잃은 채 가해자에게 서사를 만들어주고 범죄에 당위성을 부여하여 소설 쓰기에 한창이다. 가해자는 사회가 어찌할 수 없고 두려워해야 하는 괴물이나 악마가 아니라 강력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일 뿐이다.
온라인상에서의 여성에 대한 성착취는 장소와 방법을 달리하여 계속되어왔다. 성착취 범죄는 소수의 ‘악마’가 자행한 ‘일탈’이 아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대화방에 참여한 26만 명에 달하는 공범들은 성착취 영상을 시청하고, 다운로드하고, 유포하며 범죄에 일조했다. ‘남자가 호기심에 그럴 수도 있지’ ‘남자라면 다 그래’ ‘남자는 다 애니까’ 우리 사회는 지속해서 남성의 강간 문화에 대해 면죄부를 주어왔다. 그렇게 수많은 범죄자들은 면죄부를 양분 삼아 자라났다.
사이버 성폭력을 끝내기 위한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우리 사회는 이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정부는 물론 검찰, 경찰, 법원까지. 올바른 처벌과 조처를 해야 했던 기관들은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기 바빴다. 언론은 이에 가세하여 ‘호기심’, ‘일탈’, ‘성욕’ 등의 변명을 대신 해주고 강간 문화 카르텔을 공고히 했다. 가해자들의 범죄를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하여 면죄부를 주면서도 그들의 범죄를 ‘악마화’하며 범죄자들의 영웅 심리를 부추겼다.
사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자정하려고 노력했다면 우리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검·경찰과 법원은 성착취 범죄의 종식을 위해 올바른 수사와 판결로 응답해야 한다. 성착취 범죄를 주도한 운영자들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범들을 포함하여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또한 강간 문화 카르텔에 일조하는 언론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정의로운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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