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강사양성과정>‘며느라기’, ‘맘충’이라는 말이 태동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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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대전여민회관리 댓글 0건 조회 1,078회 작성일 20-05-26 17:59본문
‘남성이 여성을 지배한다, 나이가 더 많은 남성이 나이가 적은 남성을 지배한다. 두 가지 원리에 따라 조직된 사회가 ’가부장제‘다’ - 케이트 밀레트 (『성 정치학』 저자)
‘가부장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가부장제의 개념은 긴 역사 속에서 경합하고 발전해 왔다. 지난 5월 21일, 대전여민회가 주관한 ‘성평등 강사 양성과정 9기’ 세 번째 강의 주제는 바로, ‘가부장제’였다.
한국사 속 ‘가부장제’
“여성이라는 성적 차이를 가진 한 성의 지위, 존재를 하찮게 내리 끄는 기제를 통칭해서 가부장제라고 할 수 있겠죠. 이 가부장제가 한국 사회와 어떤 관계 속에서 수용, 공모됐는지, 어떤 역동과정을 거쳤는지 짚는다면, 가부장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이날 강사로 나선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 윤보라 연구원은 이번 강의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는 한국사 속 가부장제의 핵심을 “부모 또는 연장자에 대한 효 그리고 여성의 인격이 어머니로만 강력하게 대변돼 온 것”이라 꼽는다.
이어 그는 ‘억척스러운 한국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조선 후기 태동했다고 말한다. 국가 체계가 붕괴되는 혼란 속에서 선비는 무능하고 나약해도 세상 물정 모르는 모습 자체를 선비의 ‘미덕’이라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존재했던 반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여성의 강한 생활력’의 몫이었던 것.
이후 일제강점기 당시 황국신민화 정책이 이뤄지던 당시에, 여성은 ‘신민의 아들을 기르는 현명한 어머니이자 아내’로 현모양처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물론 일본으로부터 해방 되어도 여성의 처지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해방 직후 전쟁이 터지고, 남성은 나라에 목숨을 바쳐서 아예 없거나 무기력했고 ‘어머니’로 대변되는 여성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을 절대적 사명으로 여기면서 가부장적 명분에 더욱 충실해진 채 ‘생존’해야 했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지위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개발독재 시기 박정희 정권 통치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자신을 붕괴된 남한 사회를 이끄는 조국의 기수이자 ‘국부’로 위치 짓고, 노동자와 농민은 ‘아버지’의 말에 충실히 따르면서 국가 산업화에 이바지 하는 산업 역군으로 위치 지으면서 끊임없이 ‘상징정치’를 구사한 거죠.”
동시에 신사임당이라는 역사인물을 뛰어난 여성이 아니라, ‘민족 정체성을 구현하는 한국의 어머니’로 이미지를 소환하면서 국가 통치력으로 활용했다. 이때 한국의 가부장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한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그것은 IMF 금융위기다. 그는 이 당시를 설명하고자 ‘젠더보상체계’라는 개념을 가져 온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면, 어머니가 자녀를 돌보고 재테크를 열심히 해서 집을 장만한다’는 보상 체계가 이전까지는 구획되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이 보상체계가 와해된 거죠.”
가족 안에서 남성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여성은 시부모를 봉양하며 집안 살림을 하고 자녀를 육아하는 젠더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보상 체계만 와해된 채.
가부장제 너머, 우린 어떤 틈새에서
가부장제의 역사는 현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최근 ‘며느라기’라는 콘텐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동시에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퍼졌다.
“자신의 자아를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던 여성이 결혼 후 시댁 안에서 ‘며느리’로 위치하며 분절적 자아를 경험하는 모습이 ‘며느라기’에 묘사되고 있죠. 또한 ‘맘충’이라는 단어를 통해 젊은 엄마들에게 ‘이기적인 아이를 키우는 모습, 남편 돈으로 편하게 여가 생활하는 모습’ 등 경멸적인 이미지를 부착하고 있고요.”
이런 사회 분위기는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과 역할 분담 논의 대신, 여성 개인에게 죄책감을 부여한다. 즉, 국가는 책임을 회피한다.
가부장제의 길고 긴 역사 위에서, 한국 여성이 경험하는 모순과 갈등은 점점 복잡해진다. 불안정해진 노동 생애,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불안과 공포 등 온갖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 판친다. 그렇다고 우리는 절망에 빠져야 하는가?
가부장제를 무력화하는,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다양한 상상력은 없을까? 윤보라 강사는 다시 새로운 질문을 꺼낸다.
“우린 온몸으로 투쟁하듯이 생존하고 있는 현실이에요. 그렇지만 우리가 억울한 희생자라고 하는 위치를 넘어서, 새로운 젠더관계를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토론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가부장제의 역사를 배우고자 한 목적은 그곳에 있을 거예요.”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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